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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발이 있는 분이 러닝을 시작하면 심폐기능보다 발과 발목이 먼저 망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러닝머신에 올라선 지 10분도 안 돼 발바닥이나 정강이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자주 봤는데, 체력 부족이 아니라 착지 패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평발 러너라면 강도보다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착지패턴 — 평발 러너의 발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나
달리기는 걷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걷기는 어느 순간이든 한 발이 반드시 지면에 닿아 있지만, 달리기는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양발이 동시에 공중에 뜨는 점프의 연속입니다. 그 말은, 착지 순간마다 발이 체중의 두세 배에 달하는 충격을 혼자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상 아치를 가진 발은 뒤꿈치로 착지한 뒤 다섯 번째 발가락 쪽에서 첫 번째 발가락 쪽으로 순서대로 힘이 전달되고, 마지막에 엄지발가락 쪽으로 탁 차고 나갑니다. 발 전체가 일종의 용수철처럼 눌렸다가 튕기는 구조입니다. 아치(arch), 즉 발바닥의 세로 곡선이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에너지를 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 평발(flat foot)은 이 아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착지 직후 발 안쪽이 무너지면서 힘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후경골근(tibialis posterior muscle)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후경골근이란 발 안쪽 아치를 지지하는 핵심 근육으로, 이 근육이 반복적으로 늘어났다 수축하면 힘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평발 회원의 러닝 자세를 뒤에서 관찰하면 패턴이 거의 비슷합니다. 발을 디딜 때 안쪽 아치가 확 무너지고, 무릎이 안쪽으로 따라 들어가고, 골반까지 기울어집니다. 이 상태로 5킬로미터를 뛰면 발바닥만 아픈 게 아니라 무릎 안쪽, 정강이, 고관절까지 불편함이 올라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발에서 시작된 정렬 무너짐이 위쪽 관절로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과내전(overpronation)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나옵니다. 과내전이란 착지 후 발이 안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움직임으로, 평발 러너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보행 패턴입니다. 출처: 미국 국립의학도서관(PubMed Central)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과내전은 정강이뼈 피로골절, 족저근막염, 슬개대퇴증후군 등 러닝 관련 부상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평발이라고 해서 무조건 달리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통증이 없어도 구조적 취약점을 인식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코어 — 평발 러너가 진짜 준비해야 할 것
평발 러너에게 "무조건 달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의견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통증이 없는 유연성 평발도 있고, 적절한 준비를 거쳐 아무 문제 없이 러닝을 즐기는 분들도 실제로 많이 봤습니다. 문제는 발의 구조가 아니라 준비 없이 강도부터 올리는 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발 코어(foot core)입니다. 발 코어란 발 내재근(intrinsic foot muscle), 즉 발바닥 안쪽에서 아치를 능동적으로 지지하는 작은 근육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몸통을 안정시키는 코어 근육을 훈련하듯, 발에도 능동적으로 아치를 잡아주는 근육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제가 평발이 있는 회원들에게 러닝 전에 먼저 권하는 운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건 집기 운동: 바닥에 수건을 펴놓고 발가락으로 잡아서 끌어당기는 동작. 발 내재근을 직접 자극합니다.
- 한 발 균형 잡기: 한쪽 발로만 서서 30초 이상 버티기. 발목 주변 감각신경을 활성화하고 고유감각(proprioception)을 키웁니다.
- 발가락 마사지: 손가락을 발가락 사이에 끼워서 풀어주는 동작. 뭉친 족저근막과 발 내재근의 긴장을 완화합니다.
- 카프레이즈(calf raise): 뒤꿈치를 들었다가 천천히 내리는 동작. 후경골근과 종아리 근육을 강화합니다.
- 쇼트풋 운동(short foot exercise): 발꿈치는 고정한 채 발가락 쪽을 뒤꿈치 방향으로 당겨 아치를 능동적으로 만드는 동작. 발 코어 훈련의 핵심입니다.
이 운동들을 러닝 전후 10분씩 꾸준히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뜻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했는데, 발이 착지할 때 무너지는 타이밍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깔창, 즉 족부 보조기(orthotic insole)도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족부 보조기란 발의 아치를 외부에서 지지해 착지 시 과내전을 줄여주는 맞춤형 또는 기성형 기구입니다. 다만 깔창에만 의존하면 발 내재근이 오히려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서, 근력 훈련과 병행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봅니다. 출처: 약학정보원 건강정보에서도 평발 관리에서 보조기와 근력 운동의 병행이 권장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상예방 — 평발 러너가 러닝을 오래 지속하는 방법
러닝 커뮤니티에서는 종종 "심폐가 버텨도 발이 먼저 고장난다"는 말이 나옵니다. 평발 러너에게는 이 말이 유독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처음 몇 번은 괜찮아 보여도, 훈련량이 쌓이고 거리가 늘어나면서 후경골건염(posterior tibial tendinitis)이나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 같은 부상이 슬그머니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경골건염이란 발 안쪽 아치를 지탱하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로, 복숭아뼈 안쪽 아래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아치 자체가 점점 낮아지는 진행성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이란 발뒤꿈치와 발가락을 연결하는 두꺼운 결합조직인 족저근막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이 쌓여 생기는 염증입니다. 아침에 첫 발을 디딜 때 뒤꿈치가 찌릿하게 아프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부상을 막으려면 훈련량 관리가 핵심입니다. 주간 러닝 거리는 10퍼센트 이상 급격히 늘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평발 러너라면 이 기준을 더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속도보다 거리를, 거리보다 발의 감각 회복을 먼저 챙겨야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통증이 생긴다면 유튜브 운동 영상이나 깔창으로만 해결하려 하기보다 정형외과 또는 물리치료사에게 보행 분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엔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3개월 이상 지나서 진료를 받았을 때는 이미 힘줄 손상이 진행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증이 작아 보여도 움직임 패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구조적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빠른 해결책입니다.
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평발 수술은 실제로 가능하고, 종골(calcaneus), 즉 뒤꿈치뼈를 두 곳에서 절골해 발 전체 정렬을 바꾸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종골이란 발뒤꿈치를 이루는 뼈로, 달리기나 걷기에서 착지를 가장 먼저 받아내는 구조물입니다. 다만 수술은 통증이 심하거나 변형이 진행된 경우에 고려하는 것이고, 러닝이 목적이라면 비수술적 접근을 먼저 충분히 시도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평발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순서입니다. 발 코어를 키우고, 보행 패턴을 점검하고, 통증 신호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금씩 강도를 쌓아가는 것. 그 과정이 귀찮아 보여도, 제 경험상 이렇게 시작한 분들이 결국 더 오래, 더 멀리 달렸습니다. 반복적인 통증이 있다면 혼자 감내하기보다 정형외과나 스포츠 의학 전문의에게 발 구조와 움직임을 직접 확인받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