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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앞에 서면 이유 없이 한숨부터 나오는 분들, 분명히 계실 겁니다.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유산소운동이 지루해서 결국 헬스장을 끊게 되는 분들. 저도 현장에서 그런 회원님들을 정말 자주 봤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웨이트만 해도 뱃살이 빠지나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데이터로 답합니다.

내장지방이 위험한 이유, 겉모습의 문제가 아닙니다
복부비만을 단순히 체형 문제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상담할 때마다 그 인식부터 바로잡는 편입니다. 내장지방(visceral fat)은 피부 바로 밑에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복강 안쪽 장기 주변을 감싸는 지방입니다. 손으로 잡히는 옆구리 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지방이라는 뜻입니다.
이 내장지방이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배가 나와 보여서가 아닙니다. 내장지방은 염증성 물질과 유리지방산을 직접 간문맥으로 흘려보내, 인슐린 저항성과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데 관여합니다. 결과적으로 제2형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일부 암의 발생 위험을 직접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복부비만을 체중과 별개로 대사질환의 주요 지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그래서 저는 회원님들께 체중계 숫자보다 허리둘레를 더 자주 확인하라고 합니다. 몸무게가 그대로여도 허리둘레가 줄고 있다면 내장지방이 빠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이 두 수치가 따로 노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메타분석이 바꿔놓은 결론, 근력운동도 내장지방에 효과가 있다
한동안 학계에서는 근력운동이 내장지방 감소에 별 효과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012년 Ismail 연구팀의 메타분석(meta-analysis)이 그 근거로 자주 인용됐는데, 메타분석이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여러 독립 연구들의 결과를 하나로 모아 통계적으로 종합 분석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단일 연구보다 훨씬 큰 규모의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메타분석에는 칼로리를 제한한 연구와 제한하지 않은 연구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칼로리 제한 자체가 내장지방 감소에 강력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 효과에 근력운동의 신호가 묻혀버린 것입니다. 이후 Khalafi 연구팀은 이 문제를 명확히 분리해 업데이트된 메타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총 34개 연구, 피험자 2,285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칼로리 제한 없이 근력운동만 한 그룹에서도 내장지방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효과 크기(effect size, d)는 0.24로 작은 수준이지만 통계적으로는 매우 유의미했고(p < 0.001), 연구 간 이질성(heterogeneity)도 낮았습니다. 여기서 이질성이란 여러 연구들의 결과가 서로 얼마나 들쭉날쭉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결론이 일관되게 재현됐다는 의미입니다. 비만 여부나 연령대(중년·노년)에 따른 세부 분석에서도 결과는 일관됐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보면서 "역시 데이터가 현장을 뒷받침해주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 분석 대상: 총 34개 연구, 2,285명
- 칼로리 제한 없는 근력운동 그룹의 내장지방 감소 효과: d = 0.24 (p < 0.001)
- 비만·비비만, 중년·노년 모든 세부 집단에서 일관된 효과 확인
- 주 3회 근력운동이 34개 연구 중 25개에서 채택된 가장 일반적인 빈도
그렇다면 유산소운동보다 낫다는 뜻일까요, 냉정하게 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근력운동도 내장지방에 효과가 있다"는 말이 "유산소운동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가장 걱정하는 오독(誤讀)입니다. 실제로 Ismail 메타분석에서는 유산소운동이 근력운동보다 내장지방을 더 많이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6년 Verheggen 연구팀의 메타분석에서는 유산소운동이 칼로리 제한보다도 내장지방 감소 폭이 더 컸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출처: PubMed, Verheggen et al. 2016).
내장지방을 최대한 빨리, 많이 줄이고 싶다면 현재 데이터 기준으로 가장 강력한 조합은 유산소운동과 칼로리 제한입니다. 여기에 근력운동을 더해도 내장지방 감소량이 추가로 더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내장지방 감소만 놓고 보면 근력운동은 "가산점"이 아니라 "대안"에 가깝습니다.
이번 메타분석에서 칼로리 제한 그룹 대비 근력운동+칼로리 제한 그룹의 결과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는데, 두 이상치 연구를 들여다보니 칼로리 제한 단독 그룹의 초기 내장지방 양이 약 50%나 많았던 탓으로 분석됩니다. 상대적 감소율은 두 그룹 모두 약 30%로 비슷했습니다. 이런 데이터 해석의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 하나만 보고 결론 내리면 방향이 완전히 틀려집니다.



지속가능성이 곧 효과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진짜 차이
데이터를 다 떠나서, 저는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이 사람이 6개월 뒤에도 이걸 하고 있을까?"입니다. 어떤 회원님은 러닝머신만 올라가면 표정부터 굳어지는데, 바벨을 잡으면 눈이 살아납니다. 그 반대인 분도 물론 있습니다. 운동의 효과는 아무리 커도, 지속이 안 되면 결국 제로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결론입니다.
근력운동을 선택한 분들에게 제가 추가로 권하는 전략이 있습니다. 운동 외 시간의 활동량, 즉 비운동성 열 생성(NEAT,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을 함께 높이는 겁니다. NEAT란 공식 운동 외에 일상 활동으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계단 이용, 식후 10분 걷기, 서서 일하기 같은 작은 변화들이 하루 총 에너지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근력운동 자체의 칼로리 소비를 보완하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40~50대 직장인 분들에게 가장 잘 맞는 조합은 주 2~3회 복합 다관절 운동(스쿼트, 데드리프트, 벤트오버 로우, 랫풀다운 등)을 중심으로 한 근력운동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점심 후 15분 걷기를 더하는 패턴입니다. 여기에 단백질 섭취를 하루 체중(kg)당 1.2~1.6g 수준으로 맞추고, 야식과 음주를 줄이면 체중 변화가 없어도 허리둘레가 먼저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회원님들과 수개월씩 함께 확인한 패턴입니다.
물론 고혈압, 공복혈당 장애, 중성지방 수치가 이미 높은 분이라면 근력운동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담 후 걷기나 자전거 같은 저충격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근력운동이 유일한 답은 아니라는 점을 저도 분명히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정리하면, 근력운동은 내장지방 감소에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그것도 칼로리를 따로 제한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다만 "빠르게 많이"를 원한다면 유산소운동과 식사 조절이 더 강력한 도구입니다. 근력운동의 진짜 강점은 효과의 크기보다,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을 유지하면서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유산소가 싫다면 근력운동으로 시작하세요. 근력운동만 하고 있다면 걷기를 더하세요. 둘 다 하고 있다면 식사의 질을 조금 손보세요. 내장지방 관리는 한 방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