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어지럼증을 꽤 오랫동안 그냥 '빈혈 아니면 피곤한 거겠지'로 넘겼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 그대로 주저앉아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날, 그제야 이게 전혀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귀에서 시작된 어지럼증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떤 증상에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정리해 두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뇌졸중인 줄 알았습니다
가족이 "세상이 빙빙 돈다"며 주저앉았을 때 제가 처음 떠올린 건 뇌졸중이었습니다. 말이 어눌해지지는 않는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지는 않는지를 황급히 확인했고, 다행히 그런 증상은 없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CT와 MRI를 찍었는데,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진단은 이석증이었습니다. 이석증이란 귀 안쪽 전정기관에 있는 아주 작은 칼슘 결정인 이석이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생기는 병입니다. 반고리관 안의 내림프액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회전 감각 세포를 자극하는데, 이석이 잘못 들어가면 그 자극이 과도해져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발생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무서웠던 건 어지럼증 자체보다 원인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습니다. '혹시 뇌에 종양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가 증상보다 더 사람을 지치게 만들더라고요.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머리와 몸을 돌릴 때마다 가족이 다시 어지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게 그냥 '조금 어지러운 병'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미안해졌습니다.
어지럼증 환자 수는 연간 100만 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이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 중 이석증이 연간 48만 명으로 가장 많고, 메니에르병이 18만 명, 전정신경염이 약 6만 9천 명 순입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석증과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은 어떻게 다를까
어지럼증이라는 말은 너무 넓습니다. 잠깐 머리가 핑 도는 것도,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계속 돌아 구토가 날 것 같은 것도 전부 같은 단어로 표현되니까요. 저도 예전에 운동을 마치고 갑자기 일어섰다가 눈앞이 캄캄해진 경험이 있었는데, 그건 기립성 저혈압에 가까운 증상이었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앉거나 누웠다가 일어설 때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상태로, 일어설 때만 몽롱하고 눈앞이 뿌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것과 이석증의 회전성 어지럼증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귀로 인한 어지럼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이석증: 머리 위치가 바뀔 때 수십 초에서 1분 정도 회전하는 어지럼증이 생기고, 가만히 있으면 멈춥니다. 청력 이상은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메니에르병: 귀 안의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고이면서 생기는 병으로,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지속되는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 난청, 이충만감(귀가 꽉 막히는 느낌)이 함께 나타납니다. 어지럼증 발작이 반복되고 장기적으로 청력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 전정신경염: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귀에 걸리는 감기라고도 불립니다. 청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극심한 어지럼증이 수일에서 수주 지속되며, 대부분 응급실을 통해 진단됩니다.
이 중에서 메니에르병은 완치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예방이 핵심인데, 내림프액을 늘리는 염분 섭취를 하루 1.5g 이하로 줄이는 것이 권장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CATS'로 정리합니다. 카페인(Caffeine), 알코올(Alcohol), 담배(Tobacco), 소금과 스트레스(Salt·Stress)를 줄이라는 뜻입니다.
스테로이드 고실 내 주입술이라는 치료법도 있습니다. 고막을 통해 바늘을 삽입해 달팽이관까지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약물이 전정신경에 작용해 어지럼증과 이명 증상을 완화합니다. 제가 이 치료 과정을 듣고 느낀 건, 귀 안이 이렇게 정밀한 구조라는 사실을 평소에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지럼증의 원인이 귀가 아닌 뇌에 있을 경우를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안구진탕(눈동자가 의지와 무관하게 떨리는 현상)이 상하좌우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혼자 서 있기가 힘들며 술 취한 사람처럼 갈지자로 걷게 됩니다. 기존에 없던 극심한 두통,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편마비나 안면 마비가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출처: NHS, Vertigo).
병원 가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가족이 이석증 진단을 받고 나서, 저는 이석치환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이석치환술이란 이석이 세 개의 반고리관 중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한 뒤, 환자의 몸과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여 이석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는 치료입니다. 치료 중에도 어지럼증이 심하게 밀려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처벌이 아니라 치료라는 걸 저는 옆에서 계속 되뇌어야 했습니다.
인터넷에 '이석증 자가 치료'를 검색하면 브란트-다로프 운동 영상이 많이 나옵니다. 브란트-다로프 운동이란 침대 끝에 앉아 고개를 45도 돌린 뒤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눕고, 30초 또는 어지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유지한 후 반대쪽을 반복하는 운동입니다. 이석이 어느 귀, 어느 반고리관에 있는지 몰라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석치환술보다 접근이 쉽습니다.
다만 제가 여기서 한 가지 강하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스스로 이석증이라 확정한 뒤 머리를 무작정 돌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귀인지 왼쪽 귀인지, 세 개의 반고리관 중 어느 쪽에 이석이 들어갔는지를 모른 채 따라 하면 이석이 다른 반고리관으로 이동해 오히려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왔을 때 응급 조치로는 주변을 어둡게 하고 시각 자극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억지로 음식을 먹으려 하기보다 수분 섭취를 늘리고, 증상이 가라앉으면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조금씩 먹는 것이 좋습니다. 재발 예방을 위해서는 칼슘제와 비타민 D, 혈액순환 개선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낙상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국내 넘어짐 사고의 가장 많은 원인이 바로 어지럼증이고, 척추 골절이나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치료를 마치고 나서 저도 행동이 바뀌었습니다. 어지럽다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언제부터', '어떤 자세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 세 가지 질문만으로도 무조건 빈혈이라고 넘기던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석증은 저절로 낫기도 하나요?
A. 네, 실제로 치료 없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면 70~80% 이상의 환자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증상이 가라앉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다시 확인해야 하므로, 그냥 버티기보다는 병원에서 정확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이석증이 재발할 수도 있나요?
A. 재발률이 꽤 높습니다. 1년 이내 재발 확률이 약 10%, 3년 이내에는 3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머리를 부딪히는 외부 충격으로 이석증이 생긴 경우에는 원인 없이 발생한 경우보다 재발이 잦고 치료도 더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 점은 제가 가족 치료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퇴원 이후에도 한동안 조심하게 됐습니다.
Q. 어지럼증이 심한데 뇌 문제인지 귀 문제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귀에서 비롯된 어지럼증은 안진(눈동자 떨림)이 주로 수평 방향으로 나타나고, 어지러워도 혼자 자세를 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뇌 문제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은 안진이 상하좌우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혼자 서 있기가 어렵습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팔다리 마비가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Q. 메니에르병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A. 현재까지 완치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재발을 줄이는 생활 습관 관리가 핵심입니다. 하루 소금 섭취를 1.5g 이하로 줄이고, 카페인·알코올·담배·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스테로이드 고실 내 주입술로 어지럼증과 이명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청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정기 청력 검사도 중요합니다.
결론
어지럼증을 잘 다룬다는 건 참는 것이 아니라, 내 증상이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정확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 위치를 바꿀 때만 짧게 도는지, 귀가 먹먹하거나 이명이 함께 오는지, 아니면 처음 겪는 극심한 두통이나 편마비가 동반되는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대처가 크게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어지럼증은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의 무게를 가늠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웠는데, 정작 본인은 코끼리 코를 50번 돈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였으니까요.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거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증상이 더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으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