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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력이 1kg 늘 때마다 전체 사망 위험이 3.2%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강한 연관성이라고 느꼈습니다. 손아귀 힘 하나가 생존율과 이 정도로 연결된다는 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 맞닿아 있어서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악력이 단순한 손 힘이 아닌 이유
악력 검사를 하면서 "손이 약하면 어때요?"라고 웃어넘기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반대로 되묻고 싶어집니다. 데드리프트를 할 때 손이 먼저 풀리는 분들 기억하시나요? 그분들을 보면 단순히 손만 약한 게 아닙니다.
악력은 근감소증(Sarcopenia) 진단에 활용되는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근감소증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과 기능이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며,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낙상, 골절, 활동 제한, 사망률 상승과 직결되는 의학적 상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노인의학 학회에서 근감소증을 독립적인 질병 범주로 인정하고 있을 만큼 현재는 임상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제가 운동 현장에서 40~50대 회원님들을 지도하다 보면 악력이 떨어지는 시점과 다른 기능이 함께 떨어지는 시점이 거의 겹친다는 걸 경험적으로 느낍니다. 계단 난간을 잡고 버티는 힘, 장바구니를 들고 걷는 힘, 넘어질 때 손으로 몸을 순간적으로 지탱하는 힘. 이 모든 것이 악력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저는 악력을 "몸 전체의 기능이 지금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작은 창문"이라고 설명할 때가 많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 고령화 연구 패널(KLoSA) 데이터를 기반으로 45세 이상 9,102명을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약 12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국내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장기 코호트 연구라는 점에서 해외 자료보다 우리 생활환경에 더 가까운 해석이 가능합니다.


상대악력이 중요한 이유
악력을 이야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절대악력과 상대악력의 차이입니다. 혹시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절대악력(Absolute HGS)은 악력계로 측정한 실제 수치, 즉 몇 kg을 쥘 수 있는지를 그대로 나타내는 값입니다. 반면 상대악력(Relative HGS)은 그 악력 수치를 체질량지수(BMI)로 나눈 값입니다. 여기서 BMI란 체중(kg)을 키의 제곱(m²)으로 나눈 값으로, 체격 대비 체중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악력은 "내 몸집에 비해 근력이 충분한가"를 보는 방식입니다.
이 연구에서 상대악력이 1 kg/BMI 증가할 때 전체 사망 위험이 2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만성질환이 2개 이상인 그룹에서는 그 효과가 더 두드러졌는데, 상대악력이 1 kg/BMI 증가할 때 사망 위험이 51.7% 감소하는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이 수치는 꽤 강한 연관성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보면 체격이 있어 보이는 분들 중에서도 실제 운동을 해보면 버티는 힘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체중은 많이 나가는데 근력은 낮은 이른바 근감소성 비만(Sarcopenic Obesity) 상태인 분들이 그렇습니다. 근감소성 비만이란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은 높은 상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며, 겉으로는 체격이 있어 보여도 실제 기능 체력은 매우 낮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살을 빼야 한다"고만 말하는 건 절반짜리 조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체중을 줄이는 동시에 그 몸을 지탱하고 움직일 수 있는 근력을 함께 키우지 않으면, 오히려 체중이 줄면서 근육도 같이 빠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상대악력 개념은 그래서 트레이너 입장에서 매우 현실적인 지표로 느껴집니다.
악력을 키우는 현실적인 방법
그렇다면 악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악력기만 꾸준히 쥐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악력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가 직접 회원님들을 지도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악력은 전신 근력이 올라갈 때 함께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악력 단독 훈련보다 전신 복합 운동에서 손으로 잡고 당기거나 버티는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40~50대 이상에게 권할 수 있는 악력 강화 운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데드리프트(Deadlift): 바닥에서 바벨이나 덤벨을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등·햄스트링·코어와 함께 악력이 자연스럽게 강화됩니다.
- 파머스 캐리(Farmer's Carry): 무거운 덤벨이나 케틀벨을 양손에 들고 일정 거리를 걷는 운동으로, 생활 기능(장바구니 들기 등)과 가장 가깝습니다.
- 데드행(Dead Hang): 철봉에 매달려 버티는 동작으로, 어깨 안정성과 전완근을 동시에 강화합니다.
- 로우(Row) 계열 운동: 랫풀다운, 시티드 로우처럼 당기는 동작은 등 근육과 악력을 함께 자극합니다.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도 중장년층의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유산소 운동과 함께 저항성 운동(Resistance Training), 즉 근력 훈련을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여기서 저항성 운동이란 근육이 외부 저항에 맞서 수축하도록 유도하는 운동 방식으로, 기구 운동, 자유 중량, 맨몸 운동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다만 이 연구를 읽으면서 조심스럽게 봐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력이 낮다고 해서 그것이 사망의 직접 원인은 아닙니다. 악력은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활동량 부족, 만성질환, 영양 불량, 인지기능 저하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람에게서 악력도 함께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악력 하나만 보고 건강을 판단하기보다는, 보행 속도, 하체 근력, 균형감각, 체성분, 식사 상태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결국 이 연구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라고 봅니다. 40대 이후부터는 체중계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손으로 잡고 버티는 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력은 그 관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간단하고 현실적인 신호입니다. 당장 헬스장에서 악력계로 측정해 보시거나, 파머스 캐리 같은 간단한 동작 하나를 루틴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나 운동 프로그램에 관한 사항은 전문 의료진 또는 운동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