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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이상이 있으면 경쟁 스포츠는 무조건 금지라는 게 오랜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가 2025년 공동으로 발표한 과학적 성명은 그 상식을 정면으로 흔들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운동 현장에서 "심장 이상 있으면 운동 조심해야죠"라고 수도 없이 들어온 터라, 이게 정말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준인지 직접 따져봐야 했습니다.
심장질환자의 운동 참여, 팩트는 이렇습니다
AHA·ACC가 2025년 학술지 Circulation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들은 심장 이상이 있는 선수의 경쟁 스포츠 참여 위험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출처: 미국심장협회(AHA)). 이전 성명이 발표된 게 2015년이니, 10년 만에 나온 업데이트입니다. 일반적으로 심전도나 심장 구조에 이상이 발견되면 경쟁 스포츠 참여 자체를 막아온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번 성명은 그 일괄적 금지 방식을 더 이상 권장하지 않습니다.
성명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심근병증(cardiomyopathy)에 대한 접근 변화였습니다. 심근병증이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거나 딱딱해지거나 늘어나는 질환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심근병증이 있는 사람은 경쟁 스포츠를 아예 해선 안 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성명은 일부 유전성 심근병증의 경우, 의료진 지도 아래 스포츠 참여가 가능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변화는 현장에서 꽤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운동을 완전히 포기한 분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심근염(myocarditis)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심근염이란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드문 질환으로, 바이러스 감염 이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에는 심근염 진단 후 3~6개월은 운동을 쉬어야 한다고 봤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3개월 이내에 회복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일부 선수는 이전보다 일찍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35세 이상 마스터스 운동선수들도 이번 성명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대동맥질환, 판막질환을 가진 중장년 생활체육인에게도 개별 평가에 근거한 접근을 권장합니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윗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40~50대 이후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질환입니다. 이 성명이 담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은, 스포츠를 고정된 위험 등급으로 분류하지 않고 각 선수의 훈련 강도와 심장 상태에 맞춰 유동적으로 평가하자는 관점입니다.
- 심근병증 일부: 의료진 지도 아래 경쟁 스포츠 참여 가능할 수 있음
- 심근염: 기존 3~6개월 휴식 권고에서 3개월 이내 회복 가능성 인정
- 35세 이상 중장년 생활체육인: 심방세동·관상동맥질환 등 개별 평가 대상에 포함
- 혈액희석제(항응고제) 복용자: 접촉 스포츠, 사이클, 스키 등 외상·출혈 위험 고려 필수
- 스포츠 심전도 판독 전문가가 있을 경우, 무증상 선수의 심전도 검사도 합리적 선택


현장 경험으로 본 공동 의사결정과 운동 전 문진의 현실
이번 성명에서 제가 가장 공감한 개념은 공동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입니다. 공동 의사결정이란 의사가 일방적으로 "운동 금지"를 선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검사 결과와 위험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자신의 목표와 생활 방식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의 결정이 절대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방식이 실제로 운동 지속률과 안전성 모두를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운동 현장에서 저는 운동 전 문진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운동 전 문진이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현재 건강 상태, 병력, 증상, 가족력을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사전 체크 과정입니다. 특히 다음 항목들은 반드시 확인합니다. 운동 중 흉통이 있었는지, 실신이나 심한 어지러움이 있었는지, 심한 두근거림이나 원인 모를 호흡곤란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가족 중 40~50대 이전에 갑자기 심장 문제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런 질문들이 단순해 보여도, 운동 중 급성 심장사(sudden cardiac death)를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번 성명은 학령기 운동선수의 참여 전 심장 검진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합니다(출처: 미국심장학회(ACC)). AHA가 권장하는 14개 항목 평가에는 신체검진, 혈압 측정, 개인 및 가족 건강력 확인이 포함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운동선수 심장(athlete's heart)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해 일반인과 구조적으로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운동선수 심장이란 장기간 고강도 훈련에 의해 심장이 적응·변화한 상태로, 좌심실 비대나 심전도 이상 소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실제 심근병증이나 부정맥과 구분하려면 스포츠 심장 분야의 전문적인 판독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메시지 전달 방식에 보충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장 이상이 있어도 운동 참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일반 생활체육인에게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여지면 위험합니다. 이 내용은 어디까지나 의료진의 평가와 추적 관찰, 종목별 부담 분석이 전제된 조건부 메시지입니다. 특히 40~50대 이후에 마라톤, 철인 3종, 크로스핏처럼 강도 높은 종목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경쟁심보다 몸의 신호를 먼저 읽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수면 부족, 음주 다음 날, 감기 회복 직후에 고강도 운동을 밀어붙이는 것은 심혈관 부담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운동 트레이너 입장에서 덧붙이면, 심장 이슈가 있는 사람의 운동 처방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보다 "어떤 강도와 방식으로 가능한가"가 핵심입니다. 같은 유산소운동이라도 빠른 걷기와 인터벌 러닝은 심박수 반응이 전혀 다릅니다. 근력운동도 가벼운 저항 밴드 운동과 고중량 최대 반복(1RM) 운동은 심혈관 부하가 다릅니다. 자각 강도(RPE), 심박수 모니터링, 혈압 반응을 단계별로 확인하면서 운동 강도를 조율하는 것이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심전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는데 운동해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심전도 이상이 나오면 바로 운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소견이 훈련에 의한 운동선수 심장 적응인지, 실제 질환의 신호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스포츠 심장 판독 경험이 있는 전문의의 추가 평가를 받은 뒤, 의료진과 함께 운동 강도와 종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부정맥이 있는데 마라톤 계속해도 되나요?
A. 부정맥의 종류와 심각도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심방세동처럼 비교적 흔한 부정맥도 있고, 카테콜라민성 다형성 심실빈맥(CPVT)처럼 운동 중 급사 위험이 높은 유전성 부정맥도 있습니다. 마라톤처럼 장시간 고강도 유산소운동은 심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므로, 부정맥이 있다면 반드시 심장 전문의의 평가 후 종목별 위험도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40대인데 운동 전에 심장 검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A. AHA·ACC 성명에서도 35세 이상 운동선수는 별도의 위험 평가를 권장합니다. 제 경험상 40대부터는 관상동맥질환이나 심방세동 위험이 높아지므로, 고강도 경쟁 운동을 새로 시작하거나 강도를 크게 높이려 할 때는 기본 심전도와 혈압 측정 정도는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심근염 진단 후 운동 복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A. 기존에는 심근염 진단 후 최소 3~6개월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게 표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신 연구에 따르면 심근염이 3개월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도 많아, 일부 선수는 이전보다 빠른 복귀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반드시 심장 전문의의 추적 검사와 판단을 거쳐야 하며, 본인이 임의로 복귀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Q.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고강도 운동은 위험한가요?
A. 혈압약의 종류와 혈압 조절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베타차단제처럼 심박수를 낮추는 약은 운동 중 최대 심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항응고제(혈액희석제)를 복용 중이라면 접촉 스포츠나 낙상 위험이 높은 종목에서 출혈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약 복용 중 운동 강도를 높이려 한다면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장합니다.
결론
이 성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심장 이상이 있으면 운동을 못 한다"가 아니라 "심장 이상이 있다면 더 정확하게 평가하고, 더 똑똑하게 운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방향 자체에는 충분히 동의합니다. 다만 이 메시지가 현장에서 "괜찮다더라"는 식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운동 전문가와 의료진이 함께 올바른 맥락을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슴 통증, 실신, 운동 중 비정상적인 두근거림, 원인 모를 호흡곤란이 있다면 운동을 계속 밀어붙이는 대신 반드시 의료진 상담을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 심장 검진, 공동 의사결정, 단계적 운동 처방,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안전한 운동 참여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