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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모근 뭉침 (보상작용, 전거근, 견갑골)
승모근이 자꾸 뭉친다면, 혹시 승모근 자체를 열심히 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저도 오랫동안 회원들에게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권했는데,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또 뭉쳤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문제는 승모근이 아니라, 승모근이 왜 계속 일을 떠맡게 되는지에 있다는 것을.

보상작용, 아픈 곳이 범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소파를 두 사람이 함께 들다가 한 명이 갑자기 손을 놓으면, 남은 한 명은 버티느라 몸이 무너지겠죠. 이게 보상작용(compensatory mechanism)입니다. 어떤 근육이 제 역할을 못 할 때, 주변의 다른 근육이 대신 일을 떠안으면서 과로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승모근 뭉침이 바로 이 구조입니다.
직장인 회원들을 오래 지도하다 보면, 어깨가 아프다는 사람의 자세를 살펴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골반이 뒤로 빠져 있다는 겁니다. 골반이 뒤로 말리면 기어처럼 연결된 등이 굽고, 목이 앞으로 빠지면서 날개뼈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연쇄 반응이 시작점입니다.
그러니까 "어깨 힘 빼세요"라고 말해봤자 잘 되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근육이 일을 못 하고 있어서, 본인은 힘을 뺐다고 생각해도 승모근은 여전히 혼자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하게 된 말이 있다면, "아픈 곳을 계속 풀지 말고, 왜 그곳이 과로하는지부터 찾읍시다"였습니다.
실제로 보상작용은 연쇄 반응으로 퍼집니다. 승모근이 과로하고, 전면 삼각근이 과로하고, 결국 이두근 건(biceps tendon)까지 무리가 가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이두근 건염이란 이두근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인데, 이게 단순히 팔을 많이 써서 생기는 게 아니라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보상의 끝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주사 한 방으로 낫지 않고 계속 재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거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어깨 통증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회전근개나 삼각근 얘기는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전거근(serratus anterior)은 잘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전거근이란 갈비뼈 옆면에서 날개뼈 안쪽을 감싸며 붙어 있는 근육으로, 날개뼈를 등판에 고정하고 팔을 들어 올릴 때 날개뼈가 앞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게 해주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등이 굽으면 날개뼈 위치가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전거근이 제 역할을 잃어버립니다. 이 상태에서 팔을 들어 올리면 누군가는 날개뼈를 잡아줘야 하니까, 상부 승모근이 그 일을 대신 떠맡게 됩니다. 승모근을 아무리 풀어도 며칠 만에 다시 뭉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릴 때 어깨가 먼저 으쓱 올라가는 분들 계시죠? 저도 처음 이 패턴을 회원에게서 발견했을 때 "전거근이 안 켜져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어깨를 내리라고 해도 금방 다시 올라가고, 근본적으로는 전거근이 정상 기능을 회복해야 해결됩니다. 출처: 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 따르면 전거근 기능 저하는 견갑골 운동 이상(scapular dyskinesis)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어깨 충돌 증후군 환자의 다수에서 전거근 활성도 저하가 관찰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어깨의 움직임은 어깨 관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견갑골에서 시작한다는 점, 이게 제가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입니다. 날개뼈가 먼저 움직이고, 그 위에서 어깨 관절이 따라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견갑골을 제대로 움직이는 감각, 어떻게 찾을까요
그럼 전거근을 어떻게 되살릴까요. 많은 분들이 "어깨를 뒤로 모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견갑골(scapula)을 단순히 안쪽으로 모으는 동작은 날개뼈의 앞뒤 기울기를 바로잡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입니다. 견갑골이란 등 위에 붙어 있는 삼각형 모양의 뼈로, 단순히 모이고 벌어지는 것뿐 아니라 앞뒤로 기울어지는 회전 운동도 합니다. 이 앞뒤 기울기가 바로잡혀야 전거근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흉추(thoracic spine), 즉 등뼈가 어느 정도 펴질 수 있어야 합니다. 흉추란 목과 허리 사이에 있는 등 부분의 척추를 말하는데, 이게 굽어 있으면 날개뼈 자체의 위치가 이미 어긋나 있어서 아무리 어깨를 조작해도 효과가 없습니다. 가슴뼈를 살짝 들어 올리듯이 등을 세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억지로 허리를 꺾는 것이 아니라, 갈비뼈를 위로 끌어올리는 느낌으로 세우는 것입니다.
그다음, 팔꿈치를 몸 앞쪽에 두고 W 자 모양을 만든 상태에서 견갑골을 뒤로 보낸다는 느낌으로 회전시켜 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깨를 조이거나 등 근육을 잔뜩 수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날개뼈 주변에 고루 텐션이 느껴지는 감각을 찾는 겁니다. 특정 근육 하나가 당기는 느낌이 아니라, 견갑골 전체가 걸려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습니다.
이 감각을 찾은 이후에야 저항 운동으로 강화가 가능합니다. 저항 없이 힘만 주고 있다고 근육이 강해지지 않습니다. 복근에 하루 종일 힘 준다고 식스팩이 생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래는 제가 회원들과 함께 순서대로 접근하는 방식을 정리한 것입니다.
- 골반과 흉추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등이 어느 정도 펴지는지 확인합니다.
- 가슴뼈를 들어 흉추를 세운 상태에서, 견갑골 주변에 균등한 텐션이 느껴지는 W 자세를 연습합니다.
- 텐션 감각이 잡히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중력 저항을 만든 상태에서 같은 동작을 5초 유지, 10회 반복합니다.
- 감각이 안정되면 1kg 정도의 아령을 손에 들고 보상 작용 없이 동작을 수행합니다.
주의할 것은 골반이나 엉덩이 관절이 많이 틀어진 분들은 이 동작에서 아무 감각이 안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아직 이 단계가 아닌 것이고, 그 아래 골반부터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라운드숄더, 어깨를 뒤로 당기는 것만으로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라운드숄더(round shoulder)란 등이 앞으로 굽으면서 어깨가 앞쪽으로 말려 들어간 자세를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고치기 위해 어깨를 뒤로 잡아당기거나, 어깨 뒤쪽을 모아주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틀린 건 아니지만, 앞으로 기울어진 날개뼈가 뒤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리 당겨도 5분도 안 돼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진짜 문제는 견갑골이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anterior tilt)가 고정된 것입니다. 견갑골의 전방 기울임이란 날개뼈 아래쪽이 등에서 떨어지면서 앞으로 튀어나오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에서는 어깨를 억지로 뒤로 당겨봐야 날개뼈 자체는 그대로 앞으로 기울어진 채 있습니다. 결국 하루 종일 긴장을 유지하다가 지쳐서 다시 굽는 것입니다.
해결 방향은 어깨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흉추를 세우고 견갑골을 뒤로 회전시켜 등판에 자연스럽게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출처: Physiopedia에 따르면 견갑골 운동 이상은 어깨 충돌 증후군, 회전근개 손상, 상완이두근 건증 등 다양한 어깨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으며, 단순한 어깨 강화 운동보다 견갑골 안정화 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건, 하루 종일 견갑골에 힘을 주고 걸어 다니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억지로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 자세 교정이 아닙니다. 올바른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