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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위에서 겨우 10분 뛰었을 뿐인데 심박수가 170을 넘어가면 겁부터 납니다. 저도 현장에서 이런 분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왜 나오는지를 모르는 게 더 문제입니다. 심박수는 나를 혼내는 숫자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계기판입니다.

안정시 심박수, 왜 낮을수록 좋은 걸까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는 심박수를 안정시 심박수(Resting Heart Rate)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몸이 가장 편안한 상태일 때 심장이 1분에 몇 번 뛰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분당 60에서 100회 사이가 정상 범위이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50에서 60회 사이가 나오는 편입니다. 마라톤 선수급으로 훈련한 분들은 30~40대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이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이유는 심장 박출량(Stroke Volume)과 관련이 있습니다. 심장 박출량이란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뜻합니다. 훈련을 통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강해지면, 한 번에 더 많은 혈액을 밀어낼 수 있어서 횟수 자체를 줄여도 같은 양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큰 힘을 가진 근육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흥미로운 사례도 있습니다. 울트라마라톤을 시작한 뒤 2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은 분의 흉부 엑스레이에서 심장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진 게 확인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꽤 놀랐습니다. 스포츠 심장(Athlete's Heart)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지속적인 유산소 훈련으로 심장이 병적이 아닌 적응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엑스레이에서 그게 확인된다는 건 머릿속으로만 알던 이야기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장인 러너들을 보면서 느낀 건,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야근이 이어진 다음 날에는 평소와 같은 속도로 뛰어도 안정시 심박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심박수는 그날 몸 상태를 정직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젖산 역치, 이 선을 올려야 실력이 늡니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다리가 무겁고 숨이 턱 막히는 지점이 옵니다. 그 지점이 바로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입니다. 젖산 역치란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근육 내에 젖산이 생성되는 속도가 체내에서 제거되는 속도를 추월하는 심박수 구간을 의미합니다. 이 선을 넘어서면 근육 피로가 급격히 쌓이면서 효과적인 수행이 어려워집니다.
비유가 딱 맞는 게 있습니다. 술을 해소하는 속도보다 마시는 속도가 빠르면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예전에는 젖산이 근육통의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세포에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젖산이 쌓이는 속도가 처리 속도를 넘어설 때입니다.
초보 러너들은 젖산 역치 구간을 1~2분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러닝 지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당황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체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 강도를 버티는 훈련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역치 구간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최대 심박수는 유전적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낮아지지만, 젖산 역치 심박수는 꾸준한 훈련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 점이 핵심입니다.
VO2max(최대 산소 섭취량)도 이 맥락에서 함께 이해하면 좋습니다. VO2max란 운동 중 신체가 1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최대 산소량을 체중 기준으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같은 심박수에서도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능력이 좋을수록 덜 힘들고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에 따르면 VO2max는 규칙적인 유산소 훈련과 고강도 인터벌을 병행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향상됩니다.
LSD 훈련과 인터벌, 목적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안정시 심박을 낮추고 젖산 역치를 올리는 훈련은 어떻게 다를까요? 이 두 가지는 목적이 다르고, 방법도 다릅니다.
안정시 심박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LSD 훈련(Long Slow Distance)입니다. LSD 훈련이란 낮은 강도를 유지하면서 장시간 달리는 방식으로, 심장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인 부하를 받으며 점차 두꺼워지고 박출력이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처음에는 1시간 30분 주, 2시간 주, 2시간 30분 주처럼 시간을 단위로 늘려 나가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풀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하는 분이라면 LSD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면 젖산 역치와 VO2max를 올리는 데는 인터벌 훈련이 효과적입니다. 인터벌 훈련이란 고강도 구간과 짧은 휴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최대 심박수의 91% 전후까지 도달하는 상태를 점점 길게 유지하도록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400m나 800m 단위로 시작해 1km까지 늘리고, 1분에서 1분 30초 정도 쉬면서 반복하면 됩니다. 제 경험상 언덕 인터벌이 특히 효과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정리하면, 두 훈련의 역할은 이렇게 구분됩니다.
- LSD 훈련: 안정시 심박수를 낮추고 심장 박출력을 키우는 훈련. 오래 버티는 능력의 바닥을 넓히는 것이 목적입니다.
- 인터벌 훈련: 젖산 역치 심박수를 올리고 VO2max를 향상시키는 훈련. 고강도를 버티는 능력의 천장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 조합 훈련: 두 가지를 병행해서 심박 레인지 전체를 넓히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집 평수에 비유하면, LSD는 바닥 면적을 넓히는 공사이고, 인터벌은 층고를 높이는 공사입니다. 둘 다 해야 진짜 넓은 집이 됩니다.
가슴 심박 벨트, 데이터를 믿으려면 도구부터 바꿔야 합니다
심박수로 훈련을 관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측정 방식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스마트워치의 손목 광학 센서 방식은 피부 아래 혈류량 변화를 간접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리고 오차가 생기기 쉽습니다. 땀이 많거나 착용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수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걷는데 갑자기 심박이 160이 뜨는 황당한 상황을 저도 직접 경험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그냥 걸을 뿐인데 숫자가 요동치면 데이터 자체를 믿기 어려워집니다.
가슴 심박 벨트는 심전도(ECG) 방식으로 심장의 전기 신호를 직접 감지합니다. 반응 속도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인터벌처럼 30초 단위로 강도가 바뀌는 훈련에서도 실제 심박 변화를 제대로 포착합니다. 미국심장협회(AHA)에서도 운동 강도 관리를 위해 정확한 심박 측정 방법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민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제품도 충분히 쓸 만하고, 맨살에 착용하고 겨울철에는 전극 부분에 침을 살짝 묻혀 주면 접촉 불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가슴 벨트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심폐 상태를 보여줄 뿐, 발목 인대가 얼마나 피로한지, 무릎이 버텨줄 수 있는지는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VO2max 수치를 올리겠다는 생각에 무리한 인터벌을 반복하다가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데이터는 최소 3개월 이상 쌓은 뒤 추세로 읽어야 하고, 그날의 통증 신호, 수면 상태, 피로도와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숫자에 집착하는 순간 몸의 신호를 놓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