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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의 철분 부족 (고위험군, 페리틴, 보충 전략)

트팽쌤 2026. 7. 2. 16:27

목차


    열심히 뛰는데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 의지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운동 현장에서 러너들을 지도하다 보면 "쉬어도 다리가 무겁다", "예전보다 숨이 훨씬 빨리 찬다"는 말을 꽤 자주 듣습니다. 처음에는 과훈련이나 수면 부족을 의심하지만, 원인이 혈액 속 철분 상태에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일수록 철분은 더 빨리 소모되고, 더 꼼꼼하게 관리해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왜 러너는 철분 부족 고위험군인가

    달리기를 많이 할수록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철분만큼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달리기 자체가 철분을 소모하는 여러 경로를 동시에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경우는 식사량을 줄이면서 러닝 볼륨을 높이는 분들입니다. 이런 조합은 철분 저장량을 빠르게 깎아내립니다. 운동량은 많은데 섭취 열량이 부족하면 철분만이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 B군, 탄수화물까지 한꺼번에 모자라지는 상태가 됩니다. 훈련 적응이 일어나기 전에 피로가 먼저 쌓이는 이유입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1년 디트로이트 마라톤 참가자 277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 검사에서 여성 러너의 47.6%가 철분 결핍 기준을 충족했고, 남성 러너도 15%에 달했습니다(출처: 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일반 인구에서 철분 결핍 비율이 14~1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러너, 특히 여성 러너의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납니다.

    러너의 철분 손실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 발 착지 충격에 의한 족저 용혈(foot strike hemolysis): 발바닥 모세혈관 속 적혈구가 반복 충격으로 파괴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족저 용혈이란 달릴 때마다 발이 지면에 닿는 충격으로 혈관 내 적혈구가 기계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파괴된 적혈구의 철분 일부는 혈류 안에 남아 재활용되기 때문에, 단독으로 결정적인 손실 경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위장관 미세 출혈: 장거리 운동 중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장 점막이 자극받고,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의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손실은 매번 소량이지만 누적되면 철분 저장량을 서서히 감소시킵니다.
    • 발한(땀): 땀 한 방울에 포함된 철분 양은 극히 적지만, 장거리 훈련을 매일 반복하면 그 소량도 무시할 수 없는 누적 손실이 됩니다.

    여기에 헵시딘(hepcidin)이라는 호르몬 문제가 더해집니다. 헵시딘이란 소장에서 철분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양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과도하게 분비되면 먹는 철분이 아무리 많아도 흡수를 막아버립니다. 문제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헵시딘이 올라가고, 이 상태가 운동 후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하루에 두 번 훈련하는 러너는 철분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이 구조적으로 더 짧습니다.

    요약: 러너는 족저 용혈·위장관 미세 출혈·발한·헵시딘 상승이 겹치면서 일반인보다 철분 소모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적 고위험군입니다.

     

    페리틴 수치, 어디까지 채워야 하는가

    철분 부족이라고 하면 빈혈, 즉 혈색소(헤모글로빈)가 낮은 상태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보면, 혈색소는 정상 범위인데 러닝 페이스가 갑자기 무너지고 회복이 안 된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페리틴(ferritin)입니다. 페리틴이란 몸 안에 저장된 철분의 양을 보여주는 지표로, 창고에 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창고가 비어가고 있는 동안에도 혈색소는 한동안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피로가 계속된다면 페리틴을 포함한 전체 철분 패널 검사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검사실 정상 범위 하한선은 페리틴 10~15 ng/mL 수준이지만, 러너에게는 이 기준이 너무 낮습니다.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는 현재 더 높은 페리틴 기준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며, 전문가들은 러너의 경우 최소 50 ng/mL 이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출처: 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월경을 하는 여성 러너라면 50 ng/mL도 부족해 최소 50 이상, 이상적으로는 그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페리틴 30~50 ng/mL 구간은 수치만 보면 "약간 낮은" 수준처럼 보이지만, 이 범위에서도 헵시딘의 반응 패턴이 훈련 적응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알고 나서 "정상이에요"라는 한 마디로 넘어가지 말고, 숫자 자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RLS)이 있는 러너의 경우 목표치가 더 높아집니다. 하지 불안 증후군이란 잠들기 전이나 쉬는 동안 다리가 불편하고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드는 신경계 증상입니다. 이 증상은 뇌 특정 부위의 철분 가용성 부족과 연관이 있어, 전문가들은 이 경우 페리틴을 75~100 ng/mL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합니다. 저도 훈련 중 다리가 밤새 뒤척이게 만드는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데, 단순한 운동 피로로 넘겼다가 뒤늦게 철분 문제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약: 혈색소가 정상이어도 페리틴이 낮으면 러닝 퍼포먼스가 무너질 수 있으며, 러너의 목표 페리틴은 최소 50 ng/mL 이상으로 일반 기준보다 훨씬 높게 잡아야 합니다.

    보충 전략: 먹는 순서와 형태가 결과를 바꾼다

    일반적으로 철분이 부족하면 바로 보충제를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철분제를 언제,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흡수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용량을 먹어도 결과가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철분제는 헵시딘이 가장 낮은 아침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른 새벽에 운동하는 러너라면 커피를 마시고 바로 철분제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와 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polyphenol)이라는 성분이 철분 흡수를 크게 방해합니다. 폴리페놀이란 식물성 식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항산화 화합물로, 철분과 결합해 소장에서의 흡수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커피와 철분제를 붙여 먹던 시기에는 수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다가 간격을 1시간 이상 두었더니 체감 변화가 달랐습니다.

    운동 직후 복용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헵시딘은 운동 후 약 3시간이 지나야 최고치에 도달하기 때문에, 운동을 마친 뒤 30분 안에 철분제를 복용하면 헵시딘이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전에 흡수 창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매일 먹는 것보다 격일로 복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철분을 섭취하면 그 자체가 헵시딘 분비를 자극하는데, 48시간 간격을 두면 헵시딘이 다시 기저치로 내려갈 시간이 생겨 다음 복용 시 흡수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철분제의 종류도 중요합니다. 흔히 사용되는 황산철(ferrous sulfate) 계열은 흡수율은 괜찮지만 위장 불편감이 심한 편이고, 저도 한동안 변비와 메스꺼움으로 꽤 고생했습니다. 페로우스 비스글리시네이트(ferrous bisglycinate)는 아미노산과 결합한 형태로 장 흡수율이 높으면서도 위장 부담이 현저히 낮습니다. 여기서 비스글리시네이트란 철분이 아미노산인 글리신 두 분자와 결합한 킬레이트 형태를 의미하며, 이 구조 덕분에 위산과 반응을 덜 일으킵니다. 제가 여러 형태를 써본 뒤 유일하게 속 불편 없이 꾸준히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이 형태였습니다.

    식사 전략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헴철(heme iron)이란 동물성 식품—고기, 생선, 조개류—에 들어 있는 철분으로, 소장에서 흡수되는 비율이 15~35%로 식물성 철분보다 훨씬 높습니다. 식물성 식품의 비헴철(non-heme iron)은 흡수율이 2~20% 수준이지만,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오렌지, 키위, 파프리카, 브로콜리)을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칼슘이 많은 식품이나 보충제는 철분 흡수를 낮추므로, 철분 식품과 바로 붙여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단, 피곤하다고 해서 모두 철분 부족은 아닙니다. 갑상샘 기능 저하, 비타민 D 결핍, 비타민 B12 부족, 만성 염증 등도 비슷한 증상을 만듭니다. 검사 없이 철분제를 고용량으로 자의로 복용하는 것은 철분 과잉 독성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요약: 철분 보충의 효과는 형태(페로우스 비스글리시네이트), 복용 타이밍(아침 또는 운동 직후), 간격(격일)을 함께 관리할 때 극대화되며, 식단에서는 헴철 섭취와 비타민 C 병행이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색소(헤모글로빈)가 정상이면 철분 부족이 아닌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혈색소는 정상이어도 페리틴이 낮으면 피로, 운동 수행 저하, 회복 지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색소는 창고가 거의 바닥날 때까지 정상처럼 보이기 때문에, 피로가 계속된다면 페리틴을 포함한 철분 패널 검사를 따로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러너는 페리틴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나요?

    A. 일반적인 검사 정상 범위(10~15 ng/mL)는 러너에게 너무 낮은 기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러너에게 최소 50 ng/mL 이상을 권고하며, 월경을 하는 여성 러너나 하지 불안 증후군이 있는 경우 75~100 ng/mL 이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숫자 자체를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철분제를 매일 먹는 게 맞나요, 격일로 먹는 게 맞나요?

    A. 연구에 따르면 매일 복용보다 격일 복용이 흡수율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철분을 섭취하면 헵시딘이 올라가 다음 흡수를 방해하는데, 48시간 간격을 두면 헵시딘이 기저치로 내려갈 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의료진과 상의해 복용 방식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채식 러너는 철분을 어떻게 보충해야 하나요?

    A. 식물성 식품의 비헴철은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더 세심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렌틸콩, 두부, 통곡물, 견과류, 씨앗류처럼 철분 함량이 높은 식품을 기본으로 하고, 오렌지·파프리카·키위처럼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식단만으로 부족하다면 페로우스 비스글리시네이트 형태의 보충제를 혈액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Q. 보충제를 먹어도 페리틴이 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유전적으로 TMPRSS6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헵시딘 조절과 철분 흡수 능력 자체가 낮을 수 있고, 진단되지 않은 셀리악병이나 크론병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경구 보충제로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면 정맥 주사 철분 치료(IV iron)를 고려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혈액내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결론

    러닝이 갑자기 힘들어졌을 때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신호는 오히려 반대로 읽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피로 신호가 단순한 훈련 부족이 아니라 철분 같은 필수 영양소의 고갈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 러너, 식사량을 줄이면서 뛰는 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분이라면 페리틴을 포함한 철분 검사를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정리하면, 철분 관리는 보충제를 사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검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수치를 확인하고, 식사의 양과 질을 먼저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에 보충제를 올바른 형태로 올바른 타이밍에 추가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달리기 기록이 무너지고 있다면, 오늘 운동 계획보다 먼저 내 몸 안의 재고 상태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health-injuries/a71676755/iron-deficiency-runners-trea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