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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한 칸씩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최대치 근처까지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출퇴근 시절 그랬고, 이어폰을 뺀 뒤에도 귀 안에서 희미한 '삐' 소리가 남아 있던 날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돌발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을 찾아보고 나서는 그 안일한 생각이 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소음성 난청, 매일 쌓이고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군 복무 시절, 사격 훈련이 끝나고 나면 귀가 한동안 먹먹했습니다. 주변 동기들도 다 비슷하다고 하니 '원래 그런 건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먹먹함이 사라지는 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이미 소음성 난청의 초기 신호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음성 난청이란 높은 강도의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손상되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세포가 망가지는 것인데 이 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습니다. 국내 이비인후과 학계에서는 소음성 난청이 직업적 소음 노출, 군사격 훈련, 개인 음향 기기 과다 사용 등 세 가지 경로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지하철 소음은 최근 보고 기준 약 80데시벨 수준입니다. 80데시벨의 소음이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소음을 이기려고 이어폰 볼륨을 높이는 순간입니다.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노출되면 영구적인 청력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5데시벨이 올라갈 때마다 허용 노출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즉, 95데시벨이면 4시간, 100데시벨이면 2시간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인강이나 유튜브를 들을 때 90~100데시벨로 듣는 일이 일상이었을 텐데, 그걸 매일 반복해 왔다는 게 새삼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이어폰을 꽂은 채로 앞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볼륨이면 충분하다는 기준을 스스로 정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도 상대방 목소리가 잘 들린다면, 청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이어폰은 주변 소음을 물리적으로 차단해 주기 때문에 같은 음원을 들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볼륨으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노이즈 캔슬링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소음성 난청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 90데시벨 이상, 하루 8시간 이상 노출 → 영구 청력 손상 위험
- 5데시벨 상승할 때마다 허용 노출 시간은 절반으로 감소
- 지하철 소음(약 80dB)을 이기려는 볼륨 상승이 핵심 위험 요인
-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 시 실질적인 노출 데시벨 감소 가능
- 소음성 난청은 노인성 난청과 겹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음
돌발성 난청, 며칠 기다려보자는 생각이 제일 위험합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나이가 들수록 대화를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되묻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냥 '나이 들면 그렇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젊을 때부터 쌓인 청력 문제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이 주제를 제대로 찾아봤고, 돌발성 난청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대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돌발성 난청이란 72시간 이내에 연속된 세 개 주파수 이상에서 30데시벨 이상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특별한 외상 없이 며칠 사이에 갑자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과 혈관 질환이 꼽히는데, 두 경우 모두 치료 타이밍이 예후를 크게 좌우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통증이 없으면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한쪽 귀가 먹먹하면 귀지가 막힌 건가 싶어 귀이개를 찾거나,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돌발성 난청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회복률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는 충분한 회복이 이뤄지지만, 나머지 절반은 일부만 회복되거나 난청이 고정되어 버립니다.
치료의 기본은 스테로이드 요법입니다. 스테로이드 요법이란 염증을 빠르게 억제하고 내이의 혈류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이 치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을 느꼈을 때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행동입니다. 귀지를 의심하며 약국을 먼저 들르거나 며칠을 버티는 사이, 회복 가능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돌발성 난청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이명이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이명이란 외부 소리 없이 귀 안에서 울리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는 증상으로, 수면과 집중력, 심리적 안정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난청이 계속되면 대화 한 번에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지 자원을 써야 하고, 그로 인해 기억이나 판단 같은 다른 인지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인지 기능 저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피곤해지면 자연스럽게 만남을 줄이게 되고, 그 고립감이 다시 인지 기능에 부담을 줍니다. 난청이 단순히 소리를 못 듣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한데 며칠 기다려봐도 될까요?
A. 기다리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돌발성 난청은 72시간 이내에 30데시벨 이상 청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정의되는데, 치료가 늦어질수록 스테로이드 요법의 효과가 떨어지고 회복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귀지나 피로 탓으로 돌리기 전에 이비인후과를 먼저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습니다.
Q. 이어폰 볼륨 어느 정도면 괜찮은 건가요?
A. 이어폰을 낀 상태에서 옆 사람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가능한 수준이 기준입니다.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환경에서 그 볼륨이 유지된다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주변 소음을 차단해 주기 때문에 같은 음원을 낮은 볼륨으로도 충분히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돌발성 난청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A. 기본적으로 스테로이드 요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내이의 염증을 억제하고 혈류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시작이 빠를수록 회복률이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에 증상 발생 후 최대한 빨리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난청이 오래되면 치매 위험도 높아지나요?
A.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연관성은 있습니다. 난청이 지속되면 대화를 듣는 데 인지 기능이 과도하게 쓰이고,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이 더해지면서 뇌의 언어 처리 영역이 구조적·기능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난청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결론
청력은 나빠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스스로 이상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제가 지하철에서 볼륨을 올리던 습관도, 사격 후 먹먹함을 당연하게 넘겼던 것도 그 느린 속도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소음성 난청은 예방이 우선이고, 돌발성 난청은 속도가 전부입니다.
이어폰 볼륨을 낮추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해지거나 이명이 평소보다 오래 이어진다면, 귀지 탓을 하며 하루를 더 보내기보다 바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통해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을 조기에 잡아내는 것도 놓치기 쉬운 중요한 관리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