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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 다이어트 (세트포인트, 비만치료제, 탄수화물)

트팽쌤 2026. 6. 6. 08:12

목차


    118kg에서 38kg을 뺀 심장외과 의사의 이야기를 접하고, 솔직히 처음엔 "의사니까 가능했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니 저도 현장에서 수도 없이 봐온 이야기였습니다.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이미 특정 체중에 맞게 세팅된 대사 구조의 문제라는 것. 고도비만을 가진 분들이 왜 그렇게 반복해서 실패하는지, 이제는 조금 다른 눈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비만인 사람이 주사를 맞는 모습

    왜 고도비만은 의지만으로 버티기 어려울까

    기업 피트니스 현장에서 직장인 회원들을 오래 만나다 보면,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이미 덴마크 다이어트,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을 전부 해본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빠지긴 빠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걸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체중 세트 포인트(Weight Set Point)입니다. 체중 세트 포인트란 우리 몸이 "이 정도가 정상이다"라고 인식하고 유지하려는 기준 체중을 뜻합니다. 보일러 온도 조절기에 비유하면 이해가 빠른데, 고도비만 환자의 몸은 온도를 36도에 고정해두고 아무리 낮춰도 다시 올라오도록 설계된 셈입니다.

    이 세트 포인트에서 멀어질수록 몸은 강하게 저항합니다. 손이 떨리고, 극심한 공복감이 밀려오고, 심하면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이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내분비 대사 체계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내분비 대사 체계란 호르몬과 신진대사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 전체를 가리키는데, 식욕, 소화 속도, 지방 축적 방식에 모두 영향을 줍니다. 저도 현장에서 보면 체중이 많이 나가는 회원들은 조금만 식사를 줄여도 다른 분들보다 허기와 피로를 훨씬 크게 느낍니다. 그건 약한 게 아니라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겁니다.

    그러니 흔히들 시도하는 방식들이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간헐적 단식은 먹어도 되는 12시간 안에 보상 심리로 폭식하게 되고, 황제 다이어트는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말에 과식으로 이어지고, 저탄고지는 8개월을 버텨도 특정 구간에서 체중이 멈춥니다. 효과가 강한 방법은 지속이 어렵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효과가 더디다는 딜레마는 고도비만 탈출에서 거의 공식처럼 반복됩니다.

    비만치료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즘 비만치료제(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느리게 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계열의 약물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고, 실제로 해외 연구에서도 체중 감량 효과가 상당히 확인됐습니다.

    저는 이 약을 "살 빼주는 마법"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심(구역질), 구토, 설사, 변비 같은 부작용이 상당히 흔하게 보고되고 있고, 단계별 증량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극심한 부작용으로 입원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병력이 있거나 갑상선 수질암을 앓은 경우, 임신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 자체가 금기입니다. 이런 내용은 반드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 후에 판단해야 합니다.

    그보다 제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이런 치료가 체중을 줄여주는 동안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체중이 줄면 운동이 쉬워지고, 운동이 쉬워지면 감량이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저도 현장에서 똑같이 경험합니다. 110kg 가까운 분이 무릎이 아파서 걷기조차 힘들었는데, 10kg만 줄어도 걷기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약만 믿으면, 중단 이후 다시 체중이 올라오는 건 이미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실제로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GLP-1 계열 약물 중단 후 1년 내에 감량 체중의 상당 부분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은 도구이고,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그 도구의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탄수화물, 술, 그리고 직장인이 지킬 수 있는 원칙

    탄수화물을 끊어야 살이 빠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탄수화물의 섭취 비율을 전체 에너지의 약 50% 수준으로 유지할 때 장기적으로 가장 건강한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포도당 신생합성(Gluconeogenesis)이 일어납니다. 포도당 신생합성이란 몸이 포도당이 부족할 때 단백질 등을 분해해서 억지로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이때 근육이 우선적으로 소모됩니다. 근육이 줄면 기초 대사량이 떨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몸이 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탄수화물 제한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나중에 발목을 잡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탄수화물을 먹어야 할까요? 중요한 건 종류입니다. 혈당 지수(Glycemic Index, GI)가 높은 식품은 먹은 후 혈당을 빠르게 올립니다. 혈당 지수란 특정 식품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흰쌀밥, 흰 빵, 설탕, 과당 함량이 높은 음식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잡곡밥, 통밀빵,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는 흡수 속도가 느려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탕후루가 왜 문제냐고 물어보신다면, 과일 자체의 당에 설탕 코팅까지 더해지니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동시에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지방 축적을 가속화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다이어트에서 술 문제를 빼놓으면 이야기가 완성이 안 됩니다. 알코올은 두 가지 경로로 다이어트를 방해합니다. 첫째로 식욕을 강하게 자극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만들고, 둘째로 지방 분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먹는 양이 다르다는 걸 한 번이라도 비교해보신 분이라면 이 말이 가슴에 닿을 겁니다. 저도 회원들한테 늘 말하는데, 저녁 식단이 무너지는 날 대부분의 공통점이 술자리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원칙은 무엇일까요? 제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1. 식사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춘다. 평소 먹던 양의 80% 정도에서 멈추는 연습을 2주만 해도 위 용량이 줄어드는 게 느껴집니다.
    2. 탄수화물을 끊지 말고 종류를 바꾼다. 흰쌀밥을 잡곡밥으로, 흰 빵을 통밀빵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당 반응이 달라집니다.
    3. 음주는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횟수와 양을 줄인다. 마신 날은 기름진 음식과의 조합을 최대한 피합니다.
    4. 하루 30분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목표로 삼되, 10분씩 3번으로 나눠도 효과는 동일합니다.
    5. 몸무게보다 체성분 변화를 본다. 근육이 늘고 지방이 줄면 체중 숫자는 더디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원칙들이 뻔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이 뻔한 것들을 동시에 꾸준히 지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다이어트 정보는 넘쳐나는데 실제로 생활 안에서 녹여낸 사람은 드뭅니다. 대한비만학회에서도 비만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식사 조절, 신체 활동, 행동 치료의 병행을 권장하고 있으며, 단일 방법보다 복합적 접근이 장기적 체중 유지에 효과적임을 강조합니다.

     

    출처: https://youtu.be/KfRC_uGTGlU?si=oa1VBTxvuHp2KJ9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