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일반 성인의 약 30%는 고관절 충돌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른 채 "유연성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억지로 스트레칭만 반복하는 분들이 현장에서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뻣뻣한 거라고 넘겼다가, 회원님 몇 분이 사타구니 깊은 곳에서 날카롭게 찝히는 통증을 호소했을 때 비로소 이게 단순 유연성 문제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FAI란 무엇인가 — 뼈 구조에서 시작되는 문제
고관절 충돌증후군, 영어로 Femoroacetabular Impingement(FAI)라고 합니다. 여기서 FAI란 허벅지뼈 머리(대퇴골두)와 골반의 소켓(비구)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뼈 접촉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관절이 충분히 움직이기도 전에 뼈끼리 먼저 맞닿아버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FAI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캠(Cam) 충돌은 대퇴골두에 돌출 부위가 생겨 소켓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가지 못하는 형태입니다. 핀서(Pincer) 충돌은 반대로 소켓 테두리가 과도하게 발달해 대퇴골두를 너무 깊게 덮어버리는 형태입니다.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이 전체 사례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관절순(Labrum)이라는 구조도 중요합니다. 관절순이란 소켓 테두리를 감싸는 섬유연골 링으로, 고관절의 안정성과 완충 역할을 담당합니다. FAI가 지속되면 이 관절순이 반복적으로 끼이거나 눌려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지도하다 보면 "딸깍 소리가 나면서 잠기는 느낌"을 호소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 경우 관절순 손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받아야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FAI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통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 성인의 약 30%는 FAI 형태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는 아무런 증상 없이 생활합니다(출처: NCBI / Journal of Orthopaedic Surgery and Research). 뼈 구조 자체보다 어떤 동작에서 어느 정도의 자극이 가해지느냐가 증상 발현의 핵심입니다.
- 캠(Cam) 충돌: 대퇴골두 돌출 → 소켓 진입 시 충돌, 연골 손상 위험
- 핀서(Pincer) 충돌: 비구 과잉 피복 → 관절순 압박·파열 위험
- 혼합형: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며 전체 FAI의 70% 이상 차지
- 무증상 FAI: 구조 이상이 있어도 증상 없는 경우 약 30%에 달함


스쿼트가 고관절을 자극하는 이유 — 동작 역학 분석
스쿼트는 고관절 굴곡(Flexion), 내회전(Internal Rotation), 모음(Adduction)이 동시에 요구되는 복합 동작입니다. 이 세 가지 움직임의 조합이 바로 FAI 증상을 가장 쉽게 유발하는 방향입니다. 쉽게 말해, 스쿼트는 고관절 충돌이 가장 잘 일어나는 각도로 관절을 몰아넣는 동작입니다.
하강 구간에서 엉덩이가 무릎 아래로 내려갈수록 대퇴골두가 소켓 테두리에 가까워집니다. FAI 구조가 있는 경우, 건강한 고관절이라면 여유가 있을 그 지점에서 이미 뼈끼리 접촉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평행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갑자기 막히는 느낌"의 정체입니다. 제가 직접 동작을 분석해보면, 이 지점에서 골반이 뒤로 말리는 버트 윙크(Butt Wink)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트 윙크란 스쿼트 하단에서 골반이 후방 경사되며 허리가 굽어지는 현상으로, 이미 좁아진 고관절 공간을 더욱 압박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스탠스 너비와 발끝 각도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좁은 스탠스는 같은 깊이에서 고관절 굴곡 요구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 발을 조금 넓게 벌리고 발끝을 15~30도 바깥으로 돌리면, 대퇴골이 소켓을 통과하는 각도가 달라져 찝힘이 줄어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온 내용입니다. 다만 발끝만 바깥을 향하고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지면 오히려 무릎과 고관절에 다른 부담이 생기니, 무릎은 반드시 발끝 방향을 따라가야 합니다.
피스톨 스쿼트(Pistol Squat)나 ATG(Ass-to-Grass) 스쿼트처럼 극단적인 깊이를 요구하는 동작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피스톨 스쿼트는 한쪽 다리로 최대 굴곡까지 앉는 동작이라 고관절 굴곡 부하가 매우 큽니다. 깊은 스쿼트가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통증을 만들면서까지 해야 할 필수 동작은 아닙니다. 고관절 구조에 맞지 않는 동작을 반복해서 억지로 밀어붙이면, 관절순이나 연골이 반복 손상될 수 있습니다.
어떤 스쿼트 변형이 FAI에 상대적으로 유리한가
고블릿 스쿼트(Goblet Squat)는 덤벨이나 케틀벨을 가슴 앞에 들고 하는 방식으로, 몸통을 더 세운 자세를 유지하기 쉬워 고관절 굴곡 각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모 스쿼트(Sumo Squat)는 넓은 스탠스와 외회전 발각도 덕분에 충돌 가능성이 낮아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박스 스쿼트(Box Squat)는 일정 높이에서 동작을 멈추기 때문에 매번 통증 범위까지 내려가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제가 회원님들께 가장 먼저 권하는 방식이 바로 박스 스쿼트입니다. 통증 없이 반복 가능한 범위를 먼저 확보하고, 거기서부터 훈련 자극을 쌓아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통증 관리와 훈련 지속 — 현장에서 실제로 쓰는 전략
고관절 앞쪽이 찝힌다고 해서 모든 하체 운동을 멈추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하체 근력, 중둔근(Gluteus Medius) 기능, 균형감각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중둔근이란 골반 외측 안정성을 담당하는 엉덩이 근육으로, 스쿼트나 외발 서기 동작에서 무릎과 골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근육이 약해지면 동일한 스쿼트 동작에서 정렬이 무너져 고관절에 더 큰 부담이 가게 됩니다.
가동성 운동의 목표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칭만 열심히 하면 충돌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 부분을 좀 다르게 봅니다. 뼈 구조에서 비롯된 충돌을 스트레칭으로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관절 굴곡근, 둔근, 외회전근, 내전근을 관리하는 이유는 "더 깊이 앉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가능한 범위 안에서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입니다. 이 차이가 장기 훈련 지속성을 결정합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를 포함한 여러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FAI의 초기 치료로 3~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 즉 운동 수정과 물리치료를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수술인 고관절 관절경(Hip Arthroscopy)은 보존적 치료가 충분히 실패한 뒤에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고관절 관절경이란 작은 절개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뼈 돌출부나 손상된 관절순을 처치하는 수술로, 회복에 보통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일상적인 훈련에서 제가 직접 써봤을 때 효과적이었던 루틴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쿼트 전 5~10분 워밍업으로 고관절 CAR(Controlled Articular Rotation, 관절 능동 회전 운동)을 5회씩 천천히 돌리고, 90/90 스트레칭으로 후방 고관절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 다음 박스 스쿼트나 고블릿 스쿼트로 본 운동을 진행하면, 본 운동 중 찝힘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단, 둔근 깊은 곳에서 날카롭게 찝히는 느낌은 근육 피로와 다릅니다. 이 감각이 느껴지면 그 즉시 중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언제 전문가에게 가야 하는가
4~6주 이상 동작 수정을 꾸준히 적용했는데도 통증이 줄지 않거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도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스포츠의학 전문의나 물리치료사 평가가 필요합니다. 고관절 앞쪽 통증이 FAI가 아닌 장요근 긴장, 관절순 손상, 내전근 문제, 허리 신경 이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치가 비슷해도 원인이 다르면 접근 방식도 달라집니다. 트레이너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와 의료 전문가가 필요한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회원님을 위한 가장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쿼트할 때 고관절 앞쪽이 찝히면 무조건 FAI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요근 긴장, 내전근 문제, 관절순 손상, 허리 신경 연관통 등도 비슷한 위치에 통증을 만들 수 있습니다. FAI 여부는 X선과 임상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며, 자가 진단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Q. 고관절 충돌이 있으면 스쿼트를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A.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깊이를 줄이고, 스탠스를 조정하고, 박스 스쿼트나 고블릿 스쿼트 같은 변형 동작을 활용하면 통증 없이 훈련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 회피보다 통증 없는 범위 안에서 훈련을 유지하는 것이 하체 근력 보존에도 유리합니다.
Q. 고관절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면 FAI가 나아지나요?
A. 스트레칭은 고관절 주변 근육의 긴장을 줄여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뼈 구조에서 비롯된 충돌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가동성 운동의 목표는 더 깊이 앉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능한 범위 안에서 더 편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발끝을 바깥으로 돌리면 FAI 증상이 줄어드나요?
A. 발끝을 15~30도 바깥으로 돌리면 대퇴골이 소켓을 통과하는 각도가 달라져 찝힘이 줄어드는 분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다만 발끝만 바깥을 보고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지면 다른 부담이 생기므로, 무릎은 반드시 발끝 방향을 따라가도록 유지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직접 시도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각도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Q. FAI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을 해야 할까요?
A. 수술은 3~6개월 이상 운동 수정과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시도한 뒤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때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임상 원칙입니다. 이미징 소견만으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정도와 일상 기능 저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결론
고관절 앞쪽이 찝힌다고 해서 스쿼트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FAI가 있는 분들 중 상당수는 깊이 조절, 스탠스 수정, 동작 변형만으로 통증 없이 훈련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좋은 스쿼트의 기준은 깊이가 아닙니다. 통증 없이 반복 가능하고, 목표 근육에 자극이 제대로 들어오는 스쿼트가 좋은 스쿼트입니다.
한편으로 고관절 앞쪽 통증을 모두 단순 자세 문제로 보는 것도 위험합니다. 증상이 4~6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 동작에서도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스포츠의학 전문의나 물리치료사를 찾는 것이 맞습니다. 통증을 참으며 깊게 앉는 것보다, 통증 없이 꾸준히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참고: https://calisthenicsassociation.org/blog/hip-impingement-squats#google_vign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