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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에 갑상샘 질환이 있는 회원님께 운동을 권하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몸이 너무 무겁다", "조금만 움직여도 지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건지 매번 조심스러웠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수년간 갑상샘 질환이 있는 분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하나씩 답을 찾았습니다. 운동을 쉬어야 하는 게 아니라, 내 몸 상태에 맞는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갑상샘 질환이 있을 때 운동 시작법
갑상샘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이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갑상샘기능저하증이란 갑상샘 호르몬이 정상보다 적게 분비되어 몸의 대사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몸의 에너지 엔진이 저속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가 쌓이고, 근육이 뻐근하고, 식사량을 줄여도 체중이 잘 안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갑상샘기능항진증(Hyperthyroidism)이 있거나 치료 중인 분들은 심박수가 빨리 오르고, 숨이 쉽게 차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갑상샘기능항진증이란 갑상샘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몸이 과활성화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심박수가 위험 수준까지 오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이런 분들에게 일반 회원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운동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더군요.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권하는 방식은 아주 낮은 기준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주 5회, 1시간 운동을 목표로 잡으면 대부분 2~3주를 넘기지 못합니다. 대신 이렇게 시작하게 합니다.
- 아침 기상 후 5~10분 가벼운 스트레칭
- 엘리베이터 대신 한두 층 계단 이용하기
- 점심시간 10분 짧은 산책
- 하루 총 걷기 시간 20~30분으로 늘리기
- 컨디션이 좋은 날에만 밴드 운동이나 의자 스쿼트 추가
이런 작은 움직임이 쌓이면 "나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감각이 서서히 생깁니다. 그 감각이 생겨야 20분, 30분으로 자연스럽게 늘려갈 수 있습니다. 출처: British Thyroid Foundation에서도 강조하듯, 운동량을 늘리는 것 자체보다 몸이 움직임에 다시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또 한 가지, 갑상샘기능항진증이 아직 조절되지 않은 상태라면 운동 강도 조절이 더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의료진의 치료와 상태 확인을 먼저 받고,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무거운 웨이트는 잠시 미뤄두는 것이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가 회원분이 운동 중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걸 보고 나서야 중요성을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에너지 회복과 근력운동, 체중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갑상샘기능저하증이 있는 분들 중에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져서 그냥 포기했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제가 직접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드리는 답이 있습니다. "체중계 숫자를 목표로 삼으면 운동 효과를 거의 다 놓치게 됩니다."
갑상샘 호르몬은 기초대사율(Basal Metabolic Rate, BMR)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여기서 기초대사율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몸이 소비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을 말합니다. 갑상샘 기능이 낮으면 기초대사율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같은 식사량이라도 체중이 늘거나 빠지지 않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 상황에서 체중 감량만 쫓으면 결국 운동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갑상샘기능저하증이 있는 분들에게 운동의 목표를 "에너지 회복 프로그램"으로 다시 설정하길 권합니다. 근육량(Muscle Mass)을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근육은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조직입니다. 근육량이 유지될수록 기초대사율이 받쳐주고, 대사 건강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안전한 근력운동부터 시작하세요
처음에는 아래처럼 부담이 낮은 저항 운동(Resistance Exercise)부터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저항 운동이란 근육에 부하를 주어 근력과 근육량을 유지·향상시키는 운동을 통칭합니다. 밴드 운동, 의자 스쿼트, 벽 푸쉬업, 가벼운 덤벨 운동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운동들은 심박수를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서도 근육 자극은 충분히 줄 수 있어서, 갑상샘 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첫 단계로 매우 적합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갑상샘 질환이 있는 분들은 컨디션 변동이 일반인보다 큽니다. 어떤 날은 30분 걷기가 가뿐한데, 어떤 날은 같은 운동이 두 배로 힘들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오늘도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운동을 아예 놓게 됩니다. 저는 이 상황을 실패가 아니라 조절이라고 부릅니다. 계획했던 30분 걷기를 10분 걷기와 스트레칭으로 바꾸면 됩니다. 이런 유연한 조절 능력이 장기적으로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진짜 핵심입니다.
다만 피로가 매우 심하거나, 운동 중 어지러움·흉통·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운동 강도를 높이기보다 의료진 상담이 우선입니다. 피로의 원인이 운동 부족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분 결핍(Iron Deficiency)이나 비타민 D 부족, 갑상샘 호르몬 수치 불안정이 함께 있을 경우 운동만으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출처: NHS (영국 국립보건서비스)에서도 갑상샘 질환 관리 시 증상 변화에 따른 정기적인 의료진 모니터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체중 감량만큼이나 기분 안정, 수면 질 향상, 근육통 감소, 심폐 기능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걷는 거리가 조금 늘었거나, 계단 오르기가 덜 힘들어졌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갑상샘기능저하증이 있으면 운동을 안 하는 게 낫지 않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운동을 완전히 피하면 근육량이 줄고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피로감이 더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강도를 낮추고 작은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하루 10분 걷기처럼 부담 없는 것부터 시도해 보세요.
Q. 갑상샘 약을 먹고 있는 중에도 운동해도 되나요?
A. 네, 치료 중에도 운동은 가능합니다. 다만 약물 용량이 조절되는 시기라면 심박수나 피로 반응이 평소와 다를 수 있습니다. 운동 중 어지러움이나 호흡 곤란, 가슴 두근거림이 심하다면 의료진과 먼저 상담한 뒤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데,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A. 있습니다. 체중 감량은 운동의 여러 효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근육량 유지, 수면 질 개선, 기분 안정, 심폐 기능 향상, 근육통 감소처럼 체중계에는 나타나지 않는 변화들이 먼저 일어납니다. 체중보다 이런 변화들에 먼저 주목하면 운동을 지속할 동기가 훨씬 커집니다.
Q. 갑상샘 질환이 있을 때 헬스장 운동은 너무 무리 아닌가요?
A. 헬스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강도의 문제입니다. 수영, 자전거 타기, 가벼운 댄스, 산책처럼 헬스장 밖에서도 충분히 효과적인 운동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이고, 어떤 형태든 규칙적인 움직임 자체가 이미 도움이 됩니다.
결론
갑상샘 질환이 있다고 해서 운동을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몸의 대사 상태, 호르몬 수치, 심박수 반응, 피로 회복 속도를 함께 고려하면서 오늘 가능한 만큼 움직이고, 컨디션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입니다.
체중계 숫자보다 오늘 계단 오르기가 어제보다 덜 힘들었는지, 어젯밤 수면이 조금 더 편안했는지, 오후 피로감이 줄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그 변화들이 쌓이는 게 진짜 회복입니다. 운동은 갑상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지만, 치료와 함께할 때 체력·기분·근육·대사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도구가 됩니다.
참고: https://www.btf-thyroid.org/coping-with-exercise?utm_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