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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수치와 운동 (AST·ALT 상승, 근육 손상, 보충제)

트팽쌤 2026. 6. 22. 18:15

목차


    솔직히 저는 한동안 "간 수치 = 간 문제"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하체 운동을 강하게 한 다음 날 혈액검사를 받은 회원분이 AST, ALT 수치가 올라 당황해서 오셨을 때, 처음으로 이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운동 기록을 보니 검사 이틀 전에 데드리프트를 최대 중량으로 했더군요. 간 문제가 아니라 근육 손상일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AST·ALT 상승, 정말 간만의 문제일까

    일반적으로 AST와 ALT를 '간 수치'라고 부르다 보니 수치가 올라가면 곧바로 간이 나빠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는 간에만 있는 효소가 아닙니다. 여기서 AST란 아미노산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로, 간세포뿐 아니라 골격근, 심장, 신장, 뇌 등 여러 조직에 분포합니다. 즉, 근육이 크게 손상돼도 혈액에서 AST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는 AST보다 간에 더 특이적인 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ALT란 주로 간세포 세포질에 존재하는 효소로, 골격근이나 신장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로 분포합니다. 그래서 ALT 상승은 AST 상승보다 간 손상을 의심하는 데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하지만 운동이나 근육 손상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ST가 먼저 오르고, 이후 ALT가 뒤따라 오르는 양상입니다. 운동 후 1주일 시점에서는 AST/ALT 비율이 1보다 크고, 10~12일 시점에는 ALT가 AST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검사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른 패턴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운동성 횡문근융해증(exertional rhabdomyolysis)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CK(크레아틴 키나아제) 수치가 1000 U/L를 초과한 환자 215명 중 93%에서 AST가, 75%에서 ALT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J Med Toxicol, Weibrecht 등 2010). 여기서 횡문근융해증이란 강한 운동이나 외상 등으로 근섬유가 손상되면서 내부 단백질과 효소가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AST, ALT가 올라갈 때마다 "운동 때문입니다"라고 단정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 부분이 현장에서 제가 가장 조심스럽게 말하는 지점입니다. 실제 간 손상, 지방간, 바이러스 간염, 음주, 약물, 보충제로 인한 간독성 가능성은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근육 손상인지 간 손상인지 구분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검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CK(크레아틴 키나아제): 근육 손상의 대표 지표. 수치가 함께 올라갔다면 근육 손상 가능성이 높습니다.
    •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간에 특이적인 효소로, 근육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GGT와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가 함께 상승한다면 간 손상 쪽을 더 의심해야 합니다.
    • 빌리루빈: 근육 손상만으로는 잘 오르지 않으므로, 빌리루빈이 정상이라면 근육 손상 쪽 가능성을 좀 더 봅니다.

    제가 현장에서 회원분들께 가장 자주 드리는 말씀은, AST·ALT 수치 하나만 보고 겁먹기보다 CK, GGT, 빌리루빈을 포함한 전체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충제와 운동 강도, 무엇이 더 위험한가

    일반적으로 보충제가 문제라면 제품 자체의 독성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현장에서 더 자주 마주치는 위험은 '운동 강도 급증 + 보충제 복수 사용 + 수면 부족'이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입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AS)는 담즙정체성 간 손상과 직결될 수 있는 성분입니다. 여기서 AAS란 테스토스테론의 합성 유도체로,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목적으로 쓰이지만 간에서 담즙 배출을 방해하는 담즙정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부 보디빌딩 보충제에 AAS가 성분표에 표시되지 않은 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디빌딩 보충제를 복용하면서 아미노전이효소, ALP, 빌리루빈이 상승한 환자 44명을 추적한 전향 연구에서도 간 생검 결과 77%가 간세포성 손상과 담즙정체성 손상이 섞인 양상을 보였습니다(출처: Aliment Pharmacol Ther, Stolz 등 2019).

    크레아틴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크레아틴은 권장량을 지켜 복용할 경우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극단적인 운동과 함께 사용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포 내 수분 저류를 늘려 골격근의 구획 내 압력을 높이고, 이 상태에서 과도한 운동이 더해지면 세포벽이 손상될 위험이 커진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저는 크레아틴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 크레아틴을 먹기 시작하면서 운동 강도도 같이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더 조심스럽게 봅니다.

    체중 감량 보충제에 포함된 시네프린(synephrine)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네프린은 에페드린과 구조가 유사한 교감신경흥분성 아민으로, 혈관 수축과 허혈을 통해 근육 손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페드라가 2004년 금지된 이후 대체제로 인기를 끈 성분이지만,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 강도 자체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편심성 수축(eccentric contraction)이 많은 운동일수록 횡문근융해증 위험이 높습니다. 편심성 수축이란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발휘하는 동작으로, 스쿼트에서 천천히 내려가는 구간이나 데드리프트를 내려놓는 구간이 대표적입니다.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 이런 동작을 고반복으로 처음 수행하면 근육 손상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40~50대 회원분들이 의욕 앞세워 첫날부터 20대 강도로 하체 운동을 몰아치는 경우를 꽤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혈액검사에서 수치가 올라 당황하는 일도 봤습니다. 그래서 "운동은 세게 하는 것보다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먼저"라는 말을 저는 지금도 반복합니다.

    건강검진이나 혈액검사를 앞두고 있다면, 검사 2~3일 전에는 고반복 하체 운동, 데드리프트, 크로스핏식 서킷 트레이닝처럼 편심성 부하가 강한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수치가 높게 나왔을 때는 최근 운동 기록과 복용 중인 보충제 목록을 정리해서 의료진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운동 트레이너 입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혈액검사 결과를 진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보충제 사용을 점검해서 의료진이 원인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거기까지입니다. 간 수치가 올라갔다고 해서 바로 겁먹기보다, 검사 전 며칠 동안 어떤 운동을 했고 무엇을 먹었는지부터 차분하게 되짚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현장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혈액검사 결과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Villavicencio Kim J, Wu GY. Body Building and Aminotransferase Elevations: A Review. J Clin Transl Hepatol. 2020;8(2):161-167. doi: 10.14218/JCTH.2020.00005.